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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재생의 대표적 공간, 서울 상상력발전소

관리자
2019-01-16
조회수 1376

10월에 재개장한 세운상가가 우리나라 메이커의 상징적 공간이 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 급부상하면서 서울시와 정부의 도시재생프로젝트의 대표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특히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에서 진행한 ‘서울 상상력발전소’ 행사는 2014년에 정식으로 시작한 이후 기술과 예술, 장인과 메이커의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용산 전자상가가 들어서기 전까지 ‘미사일뿐만 아니라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운상가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40대 아재들이 하나쯤은 간직할만한 빨간 테이프의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지만, 세운상가는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이자, 백남준도 자신의 작품 설치를 의뢰할 만큼 기술이 뛰어난 메이커들이 거주하던 곳이면서, ‘세상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라는 뜻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경제 발전으로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쇠퇴의 길을 걷던 이곳은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힘입어 지난 10월 19일 다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세운상가는 최근 ‘메이커 시티(maker city)’라 불릴 만큼 제조업의 르네상스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세운상가 5층 실내광장에서는 서울이 직면한 도시와 사회 문제를 메이커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서울 상상력발전소’가 진행됐다. ‘메이커스, 생각하는 손’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서울 상상력발전소’는 그동안 기술자로 간과됐던 장인과 손으로 제작하는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다. 무엇보다 장인,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 도시와 사회문제를 들여다보며 각자의 지혜를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인간은 누구나 메이커다

‘서울 상상력발전소’는 시범 사업을 거쳐 2014년에 서울시청 지하에 있는 시민청에서 출발했다. 그 이듬해부터는 제작문화의 중심인 세운상가로 장소를 옮겨와 기술과 예술이 결합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메이커들의 연구와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세운상가의 유동인구를 증가시켰으며,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도심재생의 효과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도심 한가운데 1 km에 이르는 공중 보행로를 설치한 세운상가는 단지 물리적 공간이 조성된 것에서 나아가 상가 내에 채울 콘텐츠가 무엇이냐는 고민을 남겨두었다.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2017년 ‘서울 상상력발전소’의 주제는 ‘인간은 누구나 메이커다’로 정해졌다. 27일 진행된 개막식에는 인사이트 토크와 다양한 예술가들의 스토리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졌다. 이는 서울의 사회적 현안을 기술과 예술이 더해진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풀어낸 장인, 청년, 예술가들이 들려주는 자신만의 노하우이며 공유지식이다. 대표적으로 기술 장인과 예술가가 협업한 ‘DO 카세트’(장인 차광수, 텐거, 김양우), 청년 메이커 17개 팀이 참여하는 세상을 바꾸는 청년 메이커스 ‘Y-Makers’, 할머니 로봇이 바라본 서울의 모습을 담은 작품인 ‘고물수레’(마린보이) 등 장인, 청년, 예술가들이 들려주는 세가지 스토리가 이어졌다. 또한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의 진행으로 철학자 강신주가 ‘2017년, 우리는 왜 손에 주목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손의 정치경제학’ 강연을 진행했다.

 

도시문제,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책 제시

‘서울 상상력발전소’의 대표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진행됐던 단순한 강연 수준이 아니라 청년과 어린이 등 다양한 눈높이에 맞춰 메이커스 문화를 소개하고 시민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11개의 워크숍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워크숍은 ‘서울을 바꾸는 예술 청년편 Y-메이커스’와 연계한 무료 워크숍 5개, ‘일상의 기술’을 주제로 진행된 유료 워크숍 6개를 포함하고 있다. 무료로 진행되는 ‘청년 메이커스 워크숍’은 서울시의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과 연계해 청년메이커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도시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논의한다.

무료 프로그램은 ▲자연에서 사라져가는 야생 동물을 로봇으로 복원해보는 ‘아두이노로 만드는 동물로봇’(조율) ▲전자부품으로 얼굴을 꾸며보고 작동시켜보는 ‘전자 얼굴 만들기’(프래그) ▲나만의 정원 조성법을 식물관리 매뉴얼과 함께 만들어보는 ‘DIY 정원키트 만들기’(어딜가든) ▲나 혼자서도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코딩 키트를 만드는 ‘미세먼지 DIY 측정기’(테크트리 스페이스) ▲간단한 과학교구를 이용해 전자제품의 원리를 배우는 ‘미니랩’(향앤미, 홍인전자, 프래그)이 진행됐다. 한편, 유료 워크숍으로는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서울의 이면을 모형으로 재현하는 ‘서울콜렉션’(서울과학사)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원단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패턴을 개발한 ‘낭비 없는 삶-제로웨이스트패션’(공공공간) ▲최초의 디지털 신호인 모스코드의 원리를 배우는 ‘모스코드 워치’(리틀보이사이언) ▲간단한 키트로 키스하는 로봇을 조립해보는 ‘KISSING ROBOTS’(아시아 메이커스 워크숍 HACKMAKE) ▲자전거를 타면서 생기는 불편함을 공유하는 ‘싸이클핵 서울’(십년후연구소) ▲도시의 일기 예보와 실제 날씨 상황을 적용해 변화하는 무드조명을 만들어보는 ‘WEATHER MOOD LAMP’(아시아 메이커스 워크숍 HACKMAKE)가 이어졌다.

 

서울을 바꾸는 예술

국내 최초의 종합 전자 상가이자 제조 공장이었던 세운상가는 1970년대 중반까지 전자 산업의 메카로서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한 제조 기술이 집약된 곳이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전자 제품의 유통, 제조, 수리를 넘어 각종 전자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자생적 기술형성 공간으로서 기능했으며, 최근에는 메이커 시티로 탈바꿈했다. 세운상가 장인의 기술력과 청년 메이커의 예술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서울을 바꾸는 예술’로 탄생한 작품을 선보이는 ‘T-LAB’이 진행됐다. ‘만질 수 있는’이라는 뜻의 ‘Tangible’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의 앞 글자에서 따온 ‘T-LAB’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기술과 예술적 아이디어가 결합했을 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시 쇼케이스다.

전시쇼케이스는 ‘숨정화기’(비기자), ‘파이컴’(서큘러스), ‘maker’s maker’(스튜디오 음머), ‘을지로 르네쌍스-대림상가’(을지로 르네쌍스), ‘뇌파, 그리고 폴리로닉’(조은우), ‘전자얼굴’(프래그), ‘나만의 미세먼지 알리미 DIY’(테크트리 스페이스), ‘Zoo로봇’(조율) 등 청년 메이커들의 8개 작품과 ‘제로웨이스트 패션’(공공공간), ‘서울콜렉션’(서울과학사), ‘HACKMAKE’(아시아 메이커스 워크숍) 등 3개의 유료 워크숍 결과물, 장인과 예술가의 협업인 ‘DO 카세트’가 참여했다.

무엇을 만드는 행위는 생각의 과정인 동시에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창의적 활동이다. 손과 도구를 이용해 직접 만들다보면 직관적 도약에 이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양한 소재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시작된 ‘메이커 운동’은 단순히 제조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지금 이 시대가 가지고 있는 여러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라는 것에 의미를 더한다. 올해 세운상가에서 진행된 ‘서울 상상력발전소’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으며, 예술가와 청년, 메이커들이 협업을 통해 도시와 사회 문제를 들여다보는 자리에 의미가 더해졌다.

 


전시 쇼케이스인 ‘T-LAB’은 일상 생활 속의 기술과 예술적 아이디어가 결합했을 때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