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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갤러리] 성수동에 자리한 독특한 성격의 레이블갤러리

관리자
2019-01-16
조회수 1918


레이블갤러리 전경 1
레이블갤러리 전경 1


 

다양한 사물, 상품의 피부를 숙주 삼아 기생해 나가는 라벨 (레이블) 

라벨(레이블)의 사전적 정의는 ‘상품에 부착되어 있는 모든 표시’이다. 덧붙이자면 그것은 ‘상품에 부착되는 단순한 꼬리표일 수도 있고 포장의 일부가 되도록 정교하게 디자인한 그래픽’이기도 하다. 특정 상품을 구분하고 차별화시키는 수단이자 그것에 관한 여러 정보를 탑재하고 있으며 또한 매력적인 그래픽, 조형적인 여러 효과가 개입하면서 구매자를 유혹하는 상품의 신체성을 기표화 한다. 그러니 라벨/라벨지는 문자와 이미지를 통해 보는 이의 시선과 감각을 사로잡는 모종의 장소성을 제공한다. 그것은 이미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고형의 존재에 달라 붙어야 하는 또 다른 존재이자 그만큼 임의적이고 부차적인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당히 의미있는 존재로 인식된다. 무엇보다도 견고하게 밀착되어 있거나 일시적이고 유연하게 붙어나가면서 여러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실용적 차원이 우선 되는 화면이다. 그러니 라벨은 그것 자체로 의미를 지니기보다는 그것이 자리해야 하는 사물에 달라붙어 있을 때 비로소 자기 존재감을 부여 받는다. 

회화가 장방형의 사각형 평면을 숙주로 삼고 조각은 물질이 특정 공간을 점유해나가면서 존재한다면 라벨은 다채로운 형태감을 지니고 그만큼 다양한 질감을 거느린 온갖 상품의 여러 부위를, 그 표면을 부분적으로 점유해나가면서 회화/디자인/그래픽을 넘나드는 아니 그 모두를 뒤섞어 이루어진 매력적인 표식이다. 오늘날 이 자본주의 사회는 결국 상품소비사회다. 상품은 우리를 유혹하고 욕망하게 한다. 여기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라벨이다. 그러니 라벨은 시각이미지로서 혹은 오브제로서의 위력이 대단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라벨 그 자체를 의미 있는 예술작품으로 본다. 물론 그 라벨이 부착된 상품 그 자체 또한 뛰어난 오브제다.

 


레이블갤러리 전경 2
레이블갤러리 전경 2


 

여러 상표를 활용한 순수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성수동에 자리한 레이블갤러리는 라벨 원단을 제작하는 주식회사 세림에서 만든 갤러리다. 요즘 성수도 일대의 여러 공간이 무척 흥미로운 장소로 활기를 띄고 있다. 이 레이블갤러리는 소규모 회사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전시공간으로 만든 후 라벨원단을 기초로 만든 여러 상표(라벨)들과 함께 이를 활용한 순수미술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매우 독특한 컨셉으로 운영되는 전시공간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소원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섬유미술)을 전공한 후 작가로 활동하다 현재 갤러리 일에 전념하고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라벨들을 수집하고 이에 대해 연구하는 한편 국내 작가들 중에서 라벨과 연관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찾아 전시를 마련해주고 의미있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수년 전에 문을 열었는데 당시에는 퇴계로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2017년부터 성수동으로 이전해 본격적인 갤러리 공간을 만들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갤러리는 라벨 원단을 제작하는 자회사에 속한 갤러리다. 나로서는 이런 특성화된 갤러리가 매우 의미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향후 라벨에 관한 여러 이미지와 정보, 샘플을 선보이는 흥미로운 전시를 구상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2017년 개관기념전으로는 라벨을 소재로 한 미술작품을 모은 전시를 선보였었다. 그 전시가 무척 재미있고 독특했다. 동 시대 한국현대미술가들 중에서 라벨이 있는 특정 사물을 빌어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이자 그 라벨/상품을 해석하고 있는 작품들을 모아본 전시였기에 그렇다. 그 작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작가들이 해오던 것들 중에서 선별한 것이었는데 대부분 라벨이 들어간 미술작품을 수집한 전시이기도 하지만 단지 소재에 국한한 협애한 전시라기보다는 그 라벨/라벨이 부착된 상품(오브졔)을 보는 작가들의 시선과 감수성을 엿보고자 한 전시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전시를 통해 라벨과 미술의 흥미로운 접속 지점이 마련되는 여러 계기가 지속해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보고자 하는 의지를 표방하기도 했다. 따라서 개관기념전으로 만든 라벨과 미술의 연결고리 전시는 그러한 의도에서 마련한 첫 번째 시도였다고 본다. 

이처럼 레이블갤러리는 개관기념전을 통해 갤러리의 성격을 확고하게 만든 이후 현재까지 라벨을 원용하는 여러 작가들의 개인전을 마련해오고 있다. 단지 특정 소재, 주제를 다루는 작가들을 모아 전시하는데 머물지 않고 전시 공간의 성격, 갤러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여기에 맞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전문적으로 만들어나가는 한편 계속 해서 해당 작가들을 후원하고 그들에게 작품발표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한편 모회사와의 관련성 아래 모종의 시너지 효과를 공략하는 차원에서 매우 의미있는 사례를 마련하고 있는 갤러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