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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시론] 동시대 한국 사회에서 미술가가 되는 일

관리자
2019-01-16
조회수 1657

1. 미술가가 되는 일 

동시대 자본주의사회에서 미술인들은 어떻게 사는가, 아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수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그 작가들 중에서 작품 판매를 해서 먹고 사는 이들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미술시장에 소개되고 있지도 않고 미술계에 알려지지도 않고 있다. 평론가나 큐레이터와 친분이 없거나 모종의 관계가 없는 작가들, 그리고 화랑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 못하는 작가들은 논의되거나 주목받기는 무척 어려운 것이 이곳의 미술계 구조다. 

미술가란 미술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른바 ‘가치 있는 사물을 만들기 위해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미술가가 된다는 것은 그저 직업이 아니다. 그것은 갖은 애를 써서 얻은 정체성, 시간과 함께 쌓아 올린 평판, 진정성과 연계된 독특한 사회적 위상’(세라 손튼)에 해당한다. 오늘날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무엇보다도 미술대학을 나온 이후에 제도적 보증, 예를 들면 화상과 전속 계약을 하거나 레지던시에 들어가거나 미술관 전시를 하는 것, 그리고 저널에 소개되거나 평론가들에 의해 평가를 받는 한편 이런저런 심사에서 수상을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런 것이 전제 조건이 되었다. 

이 ‘미술’이란 개념과 ‘미술대학’이란 교육적 제도가 우리 삶에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의 일이다. 일종의 제도화된 관행과 틀을 거쳐야 비로소 미술을 배울 수 있고 그로 인해 미술전공자, 작가가 된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그러니까 그 제도는 미술전 문인과 비전문인을 분리하고 구별짓는 일종의 장치가 된 셈이다.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 작가로서 행세할 수 있으며 외부의 시선 역시 그를 미술전공자, 작가로 인정해주게 된 것이다. 당연히 미술에 관심과 소질이 있는 이들은 그 제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입시제도와 미술학원, 대학과 대학원 과정, 또는 공모전, 화랑과 미술관 등은 바로 그 전문인이란 칭호와 타이틀을 부여해주는 강력한 권력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런 권위를 더 많이, 현실적으로 강화해주는 곳이 보다 선호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요구되는 것은 대학 교육 안에서, 비록 강고한 제도의 틀이지만 그 안에서 한 미술인으로서, 작가지망생으로서 앞으로 주어진 현실에서 살아가기 위한 여러 조건과 여건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필요한 교육들, 실질적인 매뉴얼들이 요구된다. 

 


이희용, 정물, 2015, 종이에 연필, 60x40cm
이희용, 정물, 2015, 종이에 연필, 60x40cm



임동식, 원골에 심은 꽃을 그리다 65x91cm Oil on canvas 2011-2012
임동식, 원골에 심은 꽃을 그리다 65x91cm Oil on canvas 2011-2012



이창남,Radio on the table, 2011-14, 45.5x45.5cm
이창남,Radio on the table, 2011-14, 45.5x45.5cm



파블로 피카소, 황소머리, 자전거핸들과 손잡이, 1943
파블로 피카소, 황소머리, 자전거핸들과 손잡이, 1943


 

2. 예술가로 산다는 것 

작가로서 산다는 것은 결국 그림 그리는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실현해나가는 일이다. 그림 그리는 일과 삶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림으로 승부를 걸어서 좋은 작업을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림은 결국 엉덩이의 힘에서 나온다. 그런 시간과 노동을 거치지 않고 작가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작가들은 미술/시각이미지를 철저하고 정확하게 분별해낼 수 있는 안목, 감각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물론 그것은 단지 현재의 유행이나 논의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전략적인 작업을 생산해내라는 얘기만은 아니다. 최근 주요 전시나 기획전들이 다들 그렇게 개념적인 작업들, 최근 유행하는 담론들을 적절히 포장하고 있는 작업들로 채워지는 아쉬움이 있다. 핵심적으로 빠진 것은 그 작가의 삶과 현실에 대한 경험과 인식, 그리고 자신의 미술에 대한 생각들이다. 결국 작업이란 현실, 삶을 보다 철저하게 살아내면서 이를 형상화시키는 일이자 자신의 삶에서 유래한 모든 고민들을 미술적으로 해명하는 것이다. 

좋은 작가들은 늘 감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늘 창의적이 되고 싶은 존재다. 알다시피 예술가란 한계를 넓혀가며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따라서 예술작품을 만드는 일은 자신이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자신의 상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에 해당한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 대신에 그저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근거 없는 알량한 확신을 가지고 두려울 정도로 불확실한 세계를 계속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예술가로 사는 일이라는 얘기다. 미국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시드니 핑크는 말하기를 “훌륭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다른 예술가들을 보고, 형편없는 작품들도 많이 만들어보고, 그리고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