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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 예술총감독] 건강한 사회를 향한 악의 사전

관리자
2019-01-16
조회수 1346

강원국제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을 맡은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모든 삶을 보호할 수 있는 공동의 선, 결핍의 선에 관한 국제적이고 예술적인 대화를 강원국제비엔날레 를 통해 나누고자 했다. 강원도에서 처음 열리는 이 국제비엔날레에서 홍경한 예술총감독은 ‘악의 사전’이라는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주제를 제시했 다. 올림픽이라는 국가이데올로기를 정면으로 돌 파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현재, 그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Q.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의 ‘악의 사전’이라는 주제가 담고 있는 담론은 무엇인가요?

A. ‘악의 사전(The Dictionary of Evil)’은 ‘악(惡)’이라는 단어가 전달하는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자행된 비극적 경험을 투사하는 실제화 된 주제입니다. 한 나 아렌트의 말에서처럼 보편적이고 평범해진 악을 더 이 상 집필하면 안 될 공통의 ‘경험’과 ‘상황’을 사전의 한 페 이지로 기호화한 명사이기도 하죠.

‘악의 사전’은 인간의 도덕적 의식에 반하는 우리 사회 속 에서 간혹 특수하거나 보편적 악을 끝없는 현재로 추념(追 念)하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을 보여줍니다. 이 노력은 예술 언어를통해사회내예술의본질과역할에대해질문해온 예술가들의 책무와 비엔날레의 기본적인 역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대 인류가 처한 문제들 앞에서 우리가 함 께 해야 할 ‘예술적 필요’를 전략적으로 보여줌과 더불어 오늘날의 미술이 언급해야 할 이슈는 무엇이고 담론은 무 엇이어야 하는지를 가장 현실적인 관점에서 논의하기 위 한 자리입니다.

‘악의 사전’을 통해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는 인류 거소(居 所)로서 불충분해지는 지구환경변화를 비롯해, 이 시대 가 장 강력한 권력인 자본주의시대에서 인간이 겪는 실질적, 개념적 이주와 탈주,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배경 아래 자행되는 다양한 폭력과 쇼비니즘(Chauvinism: 배타적 애 국주의), 갈수록 거세지는 이기주의와 순혈주의 등입니다. 획일성과 통일성을 강조하는 국가이데올로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견고해진 신계급주의와 신제국주 의,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전쟁과 난민, 유한계급과 생산노 동계급의갈등,생물학적차이가차별이되는사회등,인 류의 공영과 공존에 부합하지 못하는 ‘악의 표정’들도 투사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악의 사전’은 ‘악’으로부터의 역사 앞에서 더 이상 악에 대해 집중하지 못할 때, 그리고 ‘악’이 ‘초악적’(악의 보편성으로 인해 악을 악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으로 변형되어 인본주의와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을 때, 그 악에 의해 발생하는 어떤 상황(불명확하거나 명확한 사건에 희 생되는 익명의 주검들)을 기술함으로써 새롭게 사유하고 인식을 재고하기 위해 창안된 단어입니다.

물론 ‘악의 사전’은 ‘악’에 대한 (작가마다 다른 형식의) 서 술임과 더불어 악에 관한 시각예술이며, 텍스트로 번역하 지 못하는 이미지의 기술입니다. 악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어떻게 재현 가능할 수 있는지를 예술가의 입장에서 자문 하는것이자,우리가늘겪고있는비자각의현실,무감각 하게 환대 받는 고통으로부터 이탈해 진정한 자유를 추구 하는 것이기도 하죠.
이는 추상화 또는 관념화할 대상이라기 보단 ‘건강한 사회 를 향한’ 직시해야할 실제이며, 외면이 아닌 예술가의 관 점으로 건져 올린 실체일 뿐, 선정적 이미지나 포르노적 시 선-관음화된 표상체계와는 다릅니다. 또한 기계적 휴머니 티가 아닌, 인식의 변화에 자극을 전달하기 위한 불편한 제 시어이며 종국엔 성찰의 지성이 나아갈 방향성 검토를 종 착지로 삼습니다.





악(惡)에 대한 통찰과 담론

Q.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올림피즘 실현을 위해 준비된 문화행사인데, ‘악의 사전’ 이란 주제에 대한 반대의견은 없었나요?

A. 당연히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올림픽 정신에 동시대 미 술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대의 미술’이라는 비엔날레 의 정신을 교묘히 섞어 맥락화 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한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표면적 건전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의식을 국가종속주의에 귀속 시키려 한 ‘1986 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올림픽’의 궤적 에 익숙한 듯 올림픽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에서부터 단어자체가 무섭다는 얘길 했습니다. 모두 예상했던 반응 이었기에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다만이런상황에서감독이할수있는일은설명과설득입 니다. ‘악의 사전’이라는 주제어보다 현실이 더 무섭지 않 느냐고 물었고, 진정 우리 사회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 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일상에 만연한 초악적 현상에 공감 할 수 있도록 지루한 덧댐을 거듭했습니다. 한편으론 미술 이해야할역할이무엇인지에대해설명하면서세상에대 한 반응이 미술이고, 예술가의 역할은 곧 세상을 해석 혹은 번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기대만큼 ‘생각의 습관’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습니다.

Q. 이 주제를 정하게 된 배경과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강원국제비엔날레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올핌 피즘의 승화라는 거창한 슬로건 아래 시작된 것이기에 자 연스럽게 주제도 올림픽정신과 연결할 수밖에 없었습니 다. 그러나 오히려 그 올림픽정신이란 것이 주제를 도전적 으로 혹은 명료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덕분에 내 용 전개도 명징할 수 있었죠. 예를 들어, 올림픽정신이라고 하면대개상생,화합,평등,평화를말합니다.승리보다참 여, 성공보다 노력, 인간가치 회복도 올림픽정신을 말할 때 빼놓지 않는 개념이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봅시다. 동시대 어디에 상생이 있고 화합이 있으며 평등과 평화가 있습니까.

노력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나요? 아닙니다.

우리 사회 현실에서 참여와 기회의 균등은 낭만적인 발상입 니다. 실상은 참여보다 승리,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세 계이기 때문입니다. 다들 인식하듯 우리 사회는 출신과 배 경 등 출발지점부터 결과가 매겨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입니 다. 역사는 어떠합니까. 언제나 불평등했고 비평화적이었습 니다. 약육강식, 정글 같은 세상에서 아귀다툼을 하며 살아 왔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가치는 인간에 의해 상실된 지 오래입니다. 아니라고 말한다면 명백한 위선입니다. 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선 어떤 명분(패권주의, 이데올로기, 자국보호주의 등)으로 강자가 약자를 침탈하고 억압하며 모든 것을 앗아가려고 하고 있어서죠.

애초 전쟁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올림픽이 지만 지금도 전쟁과 살육과 차별이 난무 하고,같은밥한끼라도가난한이들 에겐훨씬비쌉니다.국가간국력 과시의 전시장으로 변질된 치 열한 경쟁의 장이자, 상업적 으로 전락한 올림픽처럼 사회 곳곳에 침투한 자본주의는 냉혹 하며시린사 회, 지배와 피지배 라는구조를 완벽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무슨 화합과 상생을 언급할 수 있을까요. 피부색이 다르다고, 가난하다고, 국력이 약하다고, 생물학 적 차이로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만연한데, 대체 올림 픽이 말하는 평등과 평화, 인간가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입니까. 슬프게도 이 명사들은 어쩌면 이미 오래전 화석 화된 단어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올림픽 은 가장 위선적인 이벤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올림픽정신이 담고 있는 가치를 옹호합니 다. 우리 입장에서 평화야말로 최대의 안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올림픽이 하나의 유토피아라면 그 반대선상에 놓 인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현실이고, 이를 극복할 때 비로소 올림픽정신이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다 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선 올림픽정신이란 뻔뻔하고 기만적이며 비윤리적, 전략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게 저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 습니다. 바로 집단지성의 호소를 통한 인간가치의 구현, 비 극의 종언이 그것입니다.

Q. 비엔날레의 전시 구성을 어떻게 풀어 나갔나요?

A. 우선 부정적인 느낌의 끝자락에 매달린 것이 무엇인지 를 알리는 게 순서였습니다. 그건 바로 ‘인간가치’에 대한 성찰과 타자성을 인정한 실존의 구현이었죠. 예술언어를 통해 비극의 종언을 호소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오대양육 대주를 돌고 돌아 그곳의 기억을 간직한 컨테이너로 제작 되어 그 자체가 세계인 B전시장은 혼돈의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려 했고, 작품마다 내재되어 있는 행간을 통해 인간 가치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도록 조성했습니다. 물론 관람객들모두가그행간을이해할수있을것이란생각은 하지않습니다.실제로도겉만보면알수없을것이고 일부는 끝내 알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이들에게 여 러 불편하게 다가오는 작품들은 그로테스크하고 때론 너무나 거대한 구조물이며, 내적 의미를 가리는 시각적 환영일 수 있습니다. 허나 문학이 대개 그러하 듯누군가는이번전 시에서 작품에 담긴 맥락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주제를 현대사에 맞춘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A. 현대사는 동시대를 잉태한 배경이기 때문입니다. 비엔 날레는 과거의 기준으로 오늘을 말하지 않고 오늘을 잣대 로 과거를 훑습니다. 허나 기획자로써 가장 좋은 태도는 오 늘,즉당대벌어진이슈들을거칠게끌어올리는것입니 다.지금살아가고있는세상사람들의모든고통과번민 과 슬픔과 아픔을 들여다보고 위로하며 우리 인류가 어디 로 향해야 하는지 나침반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현대사에 초점을 둔 이유입니다. 동시대가 훗날엔 또 하나의 현대사 가 되기 때문이죠.

Q. 티져 영상에서 ‘뫼비우스의 띠’가 나오는데, 이 속에 담 긴 의미는 무엇입니까?

A. ‘뫼비우스의 띠’는 현대사 100년의 역사 아래 생성된 모 든비극적상황들이멈춤,정지가아닌무한반복,지속순 환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전면과 후면의 구분이 불가능한 곡면은 ‘악’과 ‘선’의 구별 역시 모호한 현실을 가리키며, ‘ 뫼비우스의 띠’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경계는 인간의 참된 가치와 존엄이 희석되고 있는 동시대에서조차 새로운 전환 과 희망, 계기와 기회,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Q. 세계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 한 자리에 강원비엔날레를 총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어떤기획이든그렇겠지만저역시만만치않은고충을 겪었습니다. 우선 1~2월의 강릉은 너무 춥고 바람도 거셉 니다. 왜 다른 비엔날레들이 죄다 9~10월에 개최하는지 이 곳에오면답을얻을수있습니다.그래도기온은견디면되 는데, 더 큰 어려움은 하드웨어가 턱없이 부족한, 아니 아예 없는 강원도의 현실이었습니다. 도립미술관 하나 없는 곳 은 실질적으론 강원도뿐입니다. 충청북도도 도립미술관이 없는 대신 청주시립미술관과 같은 시립미술관이 있습니다. 전시장이 없다는 건 콘텐츠가 좋아도 펼칠 무대가 없다는 것이기에 진행에 큰 걸림돌이 됐습니다. 더구나 총감독으 로선임되기전부터전시장소는이미강릉으로특정된상 태여서 장소와 관련해 감독으로써 선택할 수 카드조차 갖 고 있지 않았습니다. 없으니 짓는 게 최선이었고, 덕분에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을 예산을 막대하게 지출했습니다. 총예산 23억 원 중 10억 원 가까이를 전시장 구축에 썼으니까요. 그 돈이면 참 여작가들에게조금이라도더지원할수있었을것이고예 산 부족으로 전전긍긍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이미 풍족한 하드웨어를 갖고 있는 광 주나 부산은 앞으로 잘해야 합니다. 이름만 ‘아시아 최초 비 엔날레’, ‘20년 역사의 비엔날레’라고 읊조리지 말고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더구나 그들은 예산도 풍부합니다. 부산과 광주의 경우 40억~100억 원 대 를 육박하는 예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전시장도 갖추고 있 으니, 강원비엔날레보다 훨씬 의미 있는 전시를 기획해야 마 땅합니다. 적어도 달랑 13억 원으로 23개국 58명의 작가와 팀을 꾸린 강원국제비엔날레 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것이죠. 또 하나의 고충은 지자체 어디서든 불거지는 고질적인 문 제인 지역작가 안배였습니다. 충분히 예상 가능했기에 잘 정리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사실입니다. 어 쨌든 전시장소와 지역작가 참여 문제는 감독으로 선정되 자마자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Q. 세계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강원국제 비엔날레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경향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A. 작가 선정 기준은 무엇보다 주제에의 부합이었습니다. 또 한단지유명하다는이유로작품을만들어달라고한게아 니라, 기존 맥락에서 작업을 해온 작가들을 중심으로 선정했 습니다. 즉, 감독의 시각으로 감독의 기준으로 작품성이 좋 은 작가를 선정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안배를 인위적 으로 한 것도, 서구와 비서구를 구분하지도 않았습니다. 토마스 허쉬혼이나 라파엘 고메즈, 아크람 자타리, 알마굴 멘리바에바, 더 프로펠라그룹, 침폼, 포렌식 아키텍쳐, 김 기라, 심승욱, 디황, 한효석, 조덕현, 임흥순, 장지아, 김승 영, 양아치, 이완 같은 작가들이 그렇습니다. 이들의 작품 은 과거 작품의 재탕이 아닙니다.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신 작이70%에이릅니다.대부분의작품들이그공간에맞춘 새로운 작품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은 2017년 11월, 첫기자간담회때부터2월3일개막까지줄곧언론과미술 계 전문가들로부터 광주비엔날레 못지않은 라인업을 갖췄 다고 평가받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사실 이 작가들을 섭외하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았습니다. 워낙 세계적으로 바쁜 작가들인데다가 준비하는 시간과 예 산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작업은 ‘악의 사 전’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휴머니즘에 부합하다고 판단했기에 설득과 설득을 거듭한 끝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Q. 관람하는 시민들을 위한 부대행사는 무엇이 있을까요?

A. 비엔날레 개막 이전부터 사전행사의 일환으로 치러진 여러 부대행사가 있었습니다. 아마 이 글이 인쇄되어 배포 될 시점엔 한두 개 남은 부대행사도 끝났을 것입니다. 따라 서지금은몸소체험할수있는작품에관심을두는것이 현명합니다. 일례로 이번 전시에는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 는 2개의 VR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한효석 작가의 작품처 럼관객이직접만질수있는작품도여럿있습니다.그와 같은 작품들 앞에서 적극 참여하고 개입하길 권하고 싶습 니다. 하루 4번 진행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 도 시민들이 재밌게 관람하는 방법입니다.

Q. 끝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미리말하지만몇몇작품은시각적으로불편할수있습 니다. 미술인들이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을뿐더러 해외 에서는 훨씬 더 한 작품도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거북하거나 선정적이라는 느낌을 심어줄 수 도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도 많이 찾는 전시임을 강조하며 불만을 표출하는 이들도 없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비엔날레는 실험적인 무대입니다. 아트페어나 아 트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 로 편견을 지녀서는 곤란합니다. 비엔날레는 특정한 주제 아래 펼쳐지는 난이도 높은 예술무대이지 아이들 과학관 이나 놀이동산이 아닙니다. 물론 남녀노소 각자 다른 개개 인의취향과미적기준에맞출수있는자리는더더욱아닙 니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전시장에 발을 담그는 순간 주제의식 과작품각각에감춰진내용및작가들의메시지에최대한 적응해야 합니다. 내가 방문한 곳이 ‘비엔날레’임을 인지해 야합니다.그런사전인식없이찾았다가시각적으로마음 에 들지 않는다 해서 비토해서는 곤란합니다. 쿠르베의 세 상의 기원을 보고 기겁을 했던 과거, 이게 무슨 작품이냐며 내쳐진 뒤샹의 샘, 인상파의 첫 전시회를 본 언론의 유난스 럽던 호들갑처럼. 적어도 100년 이상 지난 일이 아니던가 요. 그런데 그것이 21세기에 재현된다는 건 생각만 해도 가 슴 아픈 일입니다